차재준: 대파 농사 개론
목차
(1)대파 농사 개론
(2)대파 생산량과 가격-작년 기후에 부쳐
(3)대파 가정 재배 및 보관 요령
갈무리팀과 농부 차재준은 여름 가뭄과 가을장마에 관해 이야기하며 파 농사에 대한 문답을 시작했다.
(사진 1,2) 차재준 농부님과 갈무리팀
갈무리팀: 안녕하세요. 파 농사에 대한 질문에 앞서 인터뷰 진행 과정을 간략히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작년에 파를 기르셨다고 했는데 작년 수급이 어땠는지를 먼저 질문 드리고자 합니다. 그리고 어떻게 파 농사를 지으면 좋은지도 여쭤보고요. 요즘 사람들이 파가 비싸다고 파 뿌리를 잘라 물에서 키우는데 이게 잘 자랄지도 질문 드리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파 보관 요령도 여쭈어 볼 예정입니다. 구매자들 얘기를 들어보니 비가 오면 파 겉 부분이 무른다고 하더라고요.
차재준: 그 정도 질문이면 잘 오신 거예요. 제가 장사부터 운송까지 해보아서 잘 대답할 수 있습니다.
갈무리팀: 어떤 작물을 주로 기르시나요?
차재준: 저는 오이, 오이고추, 고추, 파를 주로 키웁니다.
갈무리팀: 파를 언제 기르시나요?
차재준: 파를 키우는 시기는 지역마다 달라요. 경기 북부 지역은 2월 초에 하우스에서 모종을 심어요. 밖에서는 어렵고요. 요즘은 트레이판이 있어요. 또 파 씨를 넣는 기계가 있거든요. 상토라는 흙을 쓰고 보통은 200구짜리를 사용해요. 파는 얇으니까 한 구멍에 보통 대여섯 개 씨를 넣지요. 씨를 넣어 키우는 기간은 어떻게 키우느냐에 따라서 달라요. 하우스 안에서도 이중 멀칭(mulching)을 해야 하거든요. 판을 깔고 나면 판 위에 얇은 비닐을 딱 붙여가지고 씌워요. 그 위에 활대를 놓고 다시 밧줄을 씌웁니다. 그러니까 실질적으로는 하우스까지 합치면 3중이 되는 거죠.
멀칭: 흙에 비닐과 같은 피복을 덮는 일
(사진 3,4) 모종 트레이와 농부님이 기른 콩의 싹
갈무리팀: 멀칭(mulching) 작업은 어떤 효과가 있나요?
차재준: 단열 효과죠. 겨울에 추우면 발아가 안 되니까요. 발아를 위한 작업을 하는 거죠. 열흘에서 보름 사이에 이렇게 비닐을 붙인 거는 싹이 올라와 있어요. 물을 줘서 잘 안 보이지만 비닐을 쳐 보면 하얗게 발아해서 나오는 게 보여요. 그때는 이제 비닐을 벗겨줘야 돼요. 가장 안쪽의 비닐은 벗겨주고, 바깥 비닐만 가지고 운영을 해요.
파종을 언제쯤 하냐고 하면 일찍 하는 사람은 3월 10일, 늦게 하면 3월 20일 사이에 해요. 밖으로 나와서 밭에다가 해요. 늦게 하는 사람은 4월에 하는 사람도 있는데 보통 부지런한 농부를 기준으로 해서 3월이죠.
파는 15도에서 18도 사이 온도를 좋아해요. 좀 쌀쌀한 날씨를 좋아해요. 그래서 봄에는 파를 심어 놓으면 예쁘게 자라죠. 날씨가 맞으니까 자라는 속도도 있고 모양도 예쁘죠. 한 5월, 6월 초까지는 예쁘게 자라요. 그게 제 생각에는 땅속에 있는 깊이까지 하면 한 40cm에서 50cm 내외로 자라는데 그때가 제일 예쁘죠.
그러고서 여름이라 더워지잖아요. 그러면 파가 안 예뻐져요. 날이 따뜻해지면 끝도 마르고 병이 생기거든요. 원래 파 끝까지 파래야 예쁜데 더워지면 처지면서 색깔도 안 좋아져요. 그래서 여름에는 파를 심는 방법이 두 가지가 있어요. 먼저 두둑파는 밭을 적절한 너비로 파서 하나씩 심어요.
트레이에서 하나를 뽑으면 대여섯 개가 들어 있겠죠? 씨가 대여섯 개 들어갔으니까. 그거를 한 구멍에 하나씩 꽂는데 보통 7cm 정도에서 10cm 사이로 심어요.
두둑파를 심는 사람들은 파를 5월 말까지는 빼야 해요. 안 빼면 상태가 나빠져서 팔기가 어려워요. 6월이면 비가 많이 오고 또 파가 키가 크고 밀집해 있기 때문에 쓰러져요. 파를 못 빼면 버리게 되는 거죠. 그래서 5월 이내에 잘 클 때 빨리 키워야 돼요. 파를 보시면 하얀 부분이 있고 파란 부분이 있잖아요. 보통은 5월, 6월에 빼는 파는 하얀 부분인 연백부가 20cm 정도로 짧죠.
(사진 5) 파의 연백부
그리고 골을 째서 심는 파가 있어요. 두둑파보다 넓게 1m 정도 찢어요. 골을 째는 트랙터 뒤에 배토기가 달려 있는데 끝날이 뾰족하거든요. 끝날을 80cm 정도에 맞추고 깊지 않게 땅에 선만 그어요. 선 그은 자리에 일자로 7cm 간격으로 쭉 심어요. 이렇게 키우는 파는 10월 정도에 팔아요. 그래서 6월이 되면 주변에 골을 더 깊게 팝니다. 북주기라는 게 있거든요. 파 사이의 흙 위로 기계가 지나가면 흙이 퍼져요. 골이 생기면서 옆으로 간 흙이 파 밑으로 들어가서 파를 잡아주는 거죠. 파를 출하하려면 골 째는 작업을 많이 하는 사람은 다섯 번, 게을러도 세 번은 해야 돼요. 안 그러면 파가 넘어져요.
(사진 6) 배토기가 달려있는 트랙터
관리기: 소형 다목적 농기계
배토기: 관리기의 부속 작업 기계로, 흙을 파서 좌우로 갈라지게 하는 경운 날을 견인하는 구조로 되어 있는 견인형, 회전 칼날을 구동시켜 고랑을 만드는 구동형, 로터리 경운기의 뒤쪽에 설치하여 경운 후 고랑을 만드는 구동 · 견인 겸용형 등이 있다. 경운 · 쇄토한 토양에 고랑을 만드는데 사용하거나, 감자와 같은 작물에서 고랑의 흙을 파서 줄기 밑을 돋아주는 용도로도 사용한다.
북주기: 흙으로 작물의 뿌리나 밑줄기를 두둑하게 덮어 주는 일.
보통 파가 흙 위로 연백부가 자라요. 연백부가 흙 위로 10cm 이상 넘어오면 골 째기를 해도 돼요. 연백부까지 흙이 차 있으면 연백부를 더 올려야 해요. 그래서 보통 다섯 번 골 째기를 한 파는 연백부가 길어 제일 좋은 상품이 돼요. 가락동 같은 데서 보이는 파의 연백부가 50~60cm 정도 되는데, 그 대신 파란 이파리가 짧아져요. 봄에 나오는 파의 경우는 연백부가 20cm짜리이고 파란색 이파리가 길어요. 반면 가을에 나가는 파는 연백부가 50~60cm짜리이고 이파리가 짧아요.
갈무리팀: 서울 가락시장으로 유통을 하시는 건가요?
차재준: 가락시장, 서부시장, 구리시장, 청량리 경동시장으로 가는 사람들이 있어요. 경동시장은 경매 시장은 아니고 가격을 흥정해서 내보내는 위탁 시장이에요. 아시겠지만 가락동이나 서부청과나 구리 도매시장은 경매 시장이잖아요.
갈무리팀: 골파랑 두둑파랑 맛이 다른가요? 종자의 차이가 있나요?
차재준: 우리나라에서는 흑금장이라는 씨도 쓰는데 농사를 잘 짓는 사람들은 일본 씨를 써요. 일본 종잣값은 7~8배 정도 비싸요. 물건으로 봤을 때는 흑금장을 제일 잘 키워서 가락동에 나간 거하고 일본 씨를 키워서 나간 거하고는 비교가 안 돼요. 흑금장은 1등을 못 하죠. 일본 씨앗이 종자 시장에서는 우리나라보다 센 것 같아요. 지금 일본이 우리한테서 훔쳐 가는 돈이 많아요. 저는 훔쳐 간다고 말하는데 우리나라는 실질적으로 화훼 쪽에서 자본을 제일 많이 뺏기고 있을 거예요. 장미 하나 만드는 데도 얼마씩 줘야 되니까.
갈무리팀: 파를 기계로 파종하고 기계로 뽑나요?
차재준: 그렇지 않아요. 그래도 손으로도 해야 해요. 밭 다루는 것까지는 기계가 하고 아주머니들이 심어요. 골 째는 건 관리기가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