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대파 농사 개론
(2)대파 생산량과 가격-작년 기후에 부쳐
(3)대파 가정 재배 및 보관 요령

(사진 왼쪽부터) 갈무리팀의 파 보관법과 파를 기르는 모습

갈무리팀: 사람들이 요즘에 집에서 작물을 가꿔요. 사람들이 팟값이 비싸다고 키우기 시작했어요. 실은 그게 좀 문제가 많고 탈도 많아요. 그래서 저희도 한 번 파를 사서 흙에 꽂아봤어요. 그런데 잘 안 자라더라고요.

차재준: 자리를 잡아야죠. 이렇게 다 세운 상태로 파를 꽂는 게 아니에요. 위를 잘라서 심어야 돼요. 이 파는 양분도 못 빠는 신생아예요. 혼자서 힘을 못 주고 먹지를 못 해요. 심기만 하면 안 되고 뿌리가 자리잡는 게 중요해요. 뿌리에 굵은 뿌리가 있고 잔뿌리가 있거든요. 흙에서 뽑으면 잔뿌리는 잘려요. 굵은 뿌리로 살아있을 수 있지만 보통 영양은 잔뿌리가 먹는 거예요. 굵은 뿌리는 잔뿌리가 먹은 영양분을 줄기로 보내는 통로예요. 그래서 위를 잘라야 해요. 파가 잘리면 또 올라와요. 파가 생명력이 되게 좋아서 집에서 심어도 죽지는 않아요. 하지만 파에 생장점이 있는데 거기를 자르면 파가 더 안 올라가요. 항상 생장점 위를 잘라야 돼요.

갈무리팀: 사람들이 물에도 넣고 흙에도 넣고 집에서 파를 키우는데요. 조그마한 화분에 심어도 될까요?

차재준: 되긴 되는데 양분이 많이 필요한 거예요. 파는 계속 양분을 먹어서 올라가요. 양분이 없는 데다 심으면 잘 안 자라요. 그래서 안 자라는 건 아니지만 잘 자라지도 않죠.

갈무리팀: 보통 파가 물은 얼마나 먹나요?

차재준: 파가 물을 좋아하는데 장단점이 있어요. 쉽게 얘기하면 파는 물을 엄청 잘 빨아들여요. 건조한 건 싫어해요. 하지만 수분을 너무 잘 흡수하기 때문에 물을 많이 주면 문제가 생겨요. 사람도 살이 탄력 있고 탄탄해야 되는데 물에 불면 피부가 쭈글쭈글한 것처럼요. 여름에 파를 사면 파에 물기가 많아서 잘 썩어요. 봄가을에 사는 파는 그에 비해 잘 안 썩어요. 여름에 사는 파는 자르면 물이 질질 흘러요. 장사하는 사람들은 라고 하는데요, 왜냐하면 진득한 콧물 같은 게 나오니까요.

갈무리팀: 그럼 어떻게 보관해야 되나요?

차재준: 파는 여러가지 방법으로 보관을 하는데 아예 썰어서 냉동을 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런데 봄여름에 사서 겨울에 먹는 것처럼 길게 먹을 경우가 아니면 보통 한 일주일 두고 먹잖아요. 그러면 신문을 두껍게 해서 물을 적신 다음에 다시 물기를 살짝 빼요. 신문지가 젖은 상태에서 파를 감싸가지고 다시 랩이나 봉지에 넣어서 냉장고에 넣어놓으시면 열흘은 가요.

갈무리팀: 병충해와 농약은 어떤가요?

차재준: 파 농사는 농약을 안 쓰고는 못 하죠. 그리고 파 약이 독해요. 보통 도시 분들은 파를 사갈 때 이파리를 자르고 사가잖아요. 생장점까지 자르고 하얀 쪽만 가져가는 경우가 많아요. 어떤 분은 아까워서 윗부분도 드시는데, 제가 생각해도 이파리는 자르는 게 맞아요. 약이 워낙 독하거든요. 요즘 벌레들이 강해서 약을 독하게 치지 않으면 이파리를 깨끗하게 만들 수가 없어요. 실질적으로 연백부 긴 것도 좋지만 물건 자체가 깨끗해야 시장에서 인정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농부도 약이 나쁜 건 알지만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약을 강한 걸로 줄 수밖에 없는 거죠. 그러니까 약(:물 비율)을 1:1이 아니라 5:1 이런 식으로 세게 하죠.

갈무리팀: 약 때문에 몸이 편찮으신 경우는 없으세요?

차재준: 저 같은 경우에는 약 칠 때 방역 마스크를 쓰기도 하는데 너무 더울 때는 그것도 어렵고요. 아주 독한 건 사타구니가 많이 가려운 약도 있어요. 약 줄 때 우비를 입고 들어가는데 다 주고 나면 장화에 물이 철렁철렁해요. 땀이 장화에 다 흘러 들어가니까. 오뉴월에 출하하는 파는 허리 위로 잘 안 올라온단 말이에요. 그런데 10월에 출하하는 파는 골을 째니까 골 깊이가 깊어지면서 파가 자꾸 올라와서 가슴까지 차요.

갈무리팀: 여름인 지금도 높나요?

차재준: 지금은 안 높아요. 파는 더우면 나빠지니까 지금부터 관리를 해서 키우는 거죠. 약도 잘 안 줘요. 약 주면 뭐 해요. 여름엔 계속 나빠지니까 약값만 들어가는 거예요. 여름에는 물이 잘 빠져야 된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얘가 물을 많이 먹으면 아직 뽑힌 것도 아닌데 썩으니까요.

보통 식물들은 자기 관리를 하거든요. 예를 들어 고추 같은 경우는 광합성을 더 하면 안 될 것 같으면 이파리를 뒤집어요. 광합성은 식물이라면 다 해야 되는 거거든요. 그런데 (뿌리에) 영양이 있을 때 광합성을 해야 영양분을 받아먹을 수가 있어요. 그런데 뿌리에 영양분이 없어서 광합성을 해도 소용이 없으면 잎이 뒤집어져요. 나는 그러면 영양을 줘야 되는 거죠.

갈무리팀: 그러면 고추가 잎을 뒤집는 게 신호가 되네요.

차재준: 그렇죠. 그게 신호가 되는 거죠. 그래서 이게 되집어진 상태가 오래되면 고추는 스스로 자기 열매를 떨궈요. 이렇듯 식물은 다 자기 관리를 하는데 파는 자기 관리를 못 해요. 물 먹는 돼지 같아요.

그래도 우리나라가 작년부터 PLS를 시행해요. 이게 등록된 약만 주고 약병에 쓰여 있는 양만 주라는 거예요. 약병을 보면 작물이 등록돼 있거든요. 그러니까 고추에 약을 주려면 약병에 고추라고 쓰여 있는 약만 주라는 거죠. 같은 벌레라도 약병에 오이라고 쓰여 있으면 고추에 주지 말라는 거죠. 또 양이 중요하다는 거죠. 시장에 내보내면 우리나라도 잔류농약 검사를 해요. 의정부에 가보면 농산물 품질관리원에서 검사를 해요. 엽채류 같은 경우에는 작물을 1kg 정도 수거해서 잔류농약 검사를 하거든요. 품질 유지 관련해서 프로세스가 확립이 잘 된 거죠. 옛날 같지 않게 우리나라도 농산물에 대해서 관리가 철저하죠.

PLS: 농약 잔류허용기준 및 허용물질목록 관리제도

(사진 8,9) 차재준 농부님의 밭 전경

갈무리팀: 앞으로 농사할 때 더 바라시는 게 있나요?

차재준: 저는 농사도 지어보고 장사도 해본 입장에서 유통 과정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봐요. 제가 실질적으로 농사짓는 게 시설하고 노지하고 합쳐서 만 평이 넘어요. 어떤 해에는 안 되고 어떤 해는 남는 해도 있죠. 많이 남는 해는 몇 억을 버는 때도 있는데 아주 특별한 해인 거고요. 제가 지금 농사한 지 8~9년 된 것 같은데 농산물 출하의 유통 과정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유통(마진)이 너무 과하구나, 내가 장사할 때 너무 많이 떼어 먹었구나 싶죠.

저도 장사를 하다가 그만두게 된 게요, 제가 청량리시장에 있었단 말이에요. 그런데 청량리시장 쪽이 재개발 되는 바람에 시장 입지가 작아졌어요. 청량리에 있던 사람들이 구리시장으로 가고 그랬죠. 그때 마침 인터넷이 활발해졌어요. 기존의 구두 시장에서 전자 시장으로 바뀌면서 실시간으로 문자가 오는 거예요. 내가 물건을 넣으면 경매되는 순간 나한테 문자가 와요. ‘네 거 얼마야’ 그러니까 (사정에) 밝아지는 거지. 어두운 자리에서 떼어먹을 게 많지 밝으면 떼어먹을 게 없어요. 지금은 나쁜 짓이지만 그때는 나쁜 짓도 아니었던 거예요. 장사하는 스타일이 그랬으니까. 또 농부가 팔지 못하면 버려야 되는 구조였죠. 많이 배운 분들로 인해서 개선이 되면 좋겠어요.

유통이 돈이 된다는 걸 알기 때문에 대주주들은 다 대기업이에요. 가락시장에 D청과, S청과, H청과, N청과,······ 이름은 그렇게 달아 놓았지만 실은 다 대기업이에요. 농사꾼이 농사지어서 올린 걸 팔아먹어서 수익을 챙긴 대기업들이 도매 시장에 신경 쓰고 힘쓰고 있는 거예요. 나라에서 나랏돈을 넣어서 농민 편을 들어줄 수 있게 공용화를 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기업들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려고 투자했으니 최대한 자기들 이익을 바라죠. 농부들한테 돌려주려고 안 하죠.

갈무리팀: 생산과 유통, 여러 측면에서 자세히 말씀해주셔서 유용히 들었어요.

차재준: 저도 별 생각 없이 농사를 시작한 건데 자꾸 관심을 가지면 사람이고 식물이고 뭐든지 애착이 가더라고요. 그래서 한 몇 년을 영농일지라고 쓴 게 있거든요. 저는 남들 앞에 나서는 것도 싫어하는데 장사할 때는 나서야 하니까 어쩔 수 없이 남들 앞에 나섰어요. 누가 “영농 후계자라고 있는데 한 번 신청해보는 게 어떠냐?” 그래서 “신청하면 나한테 좋은 게 뭐가 있냐?” 그랬더니 “나라에서 저금리로 돈 빌려줘서 땅도 살 수 있다.” 그래서 신청하려고 보니까 경쟁률이 엄청 높더라고요. 웬만한 사람들은 다 신청하더라고요. 가봤더니 교육 시간도 필요하고 그렇대요. 그런데 나는 그런 수업을 안 받았었거든요.

그런데 내가 영농일지하고 금전출납부를 썼거든요. 약값으로 얼마가 나가고 농산물 내보내서 얼마 받고 이런 거. 농업기술센터 담당자가 금전출납부를 좀 갖다 주실 수 있냐고 해서 갖다 줬어요. 검토를 하더니 이거 진짜 사장님이 쓰신 거 맞냐고 물어요. 그러더니 진짜 잘 썼다고 그러는 거예요. 원래는 직원이 점수 미달로 안 될 거라고 했는데 그 해에 됐더라고요. 그만큼 영농일지를 쓰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봐야죠. 그걸 목표로 하는 사람은 써 봤을지 몰라도요.

예를 들어 열무를 키우는데 이파리가 몇 장이 나오고 이파리가 어떤 모양이고 이런 걸 기록하고요. 처음 나올 때 노란색인데 왜 노란색인지, 다음날 왜 이파리가 지는지 등등을 쓰죠. 식물 도사가 되려면 그게 필요한 거죠. 저는 ‘식물은 이제 내가 도사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거든요. 저 같은 경우에는 거꾸로 유통부터 시작해서 생산까지 해봤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는 조금 더 알게 되었죠.

갈무리팀: 말씀해주신 영농일지와 비슷하게 저희도 이 프로젝트에서 파와 깻잎에 대해 기록하거든요. 그래서 유용하게 잘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차재준: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