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서울시 농업기술센터 도시농업팀 역사
(2)치유 농업의 특징과 반려 식물
(3)기상 이변과 도시 농업, 식물을 통한 연대

갈무리팀: 네. 앞선 1부에서 정재효 팀장님께서 도시농업팀과 치유 농업에 대해 통시적으로 소개해주셨는데요. 다음으로 치유 농업 프로그램 운영을 담당하고 계시는 이근우 주무관님께 질문 드리고자 합니다. 치유 농업 교육 프로그램 매뉴얼을 개발하여 내용을 표준화하는 일은 공적 가치의 확산을 전제로 하신 것 같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이근우 주무관: 아무래도 서울시는 대도시이기도 하고 도시화 되어있죠. 농촌진흥청에서도 치유 농업이 있었고 지방 농촌을 위한 것으로 개발이 되는데요. 서울시에서는 제한적인 것이 많았어요. 기술센터를 중심으로 도시 환경에 맞고, 도시민에 맞는 것을 개발하자는 바람에서 치유 농업 프로그램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하는 프로그램을 모듈화해서, 병원이나 학교에서 가이드라인을 뽑아 운영하도록 참고 자료를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차차 시도하고 있습니다.

(사진 5,6) 치유 농업 프로그램 진행 모습 (출처: 서울시 농업기술센터 홈페이지)

갈무리팀: 치유 농업 프로그램을 연령별로 분화하여 교육 내용을 차별화하셨고, 각 프로그램에서의 차이가 뚜렷한 점이 인상적입니다. 연령별로 나누어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시는 이유가 있을까요?

이근우 주무관: 대상자는 목표 달성률을 위해서 (연령별 분화)한 것인데요. 치유농업 서비스는 청소년, 청장년, 중노년으로 구분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청소년·성인·노인의 경우 인생에서 중요한 가치나 고민들이 다르기 때문에 프로그램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연령대와 인간 발달 단계를 고려하고 있습니다.

갈무리팀: 각 연령대별 컨셉, 목표 지점이 어떻게 다른지 궁금합니다.

이근우 주무관: 청소년·청장년·중노년층으로 나누고 있어요. 청소년은 자아 정체감 형성을 위해서 자기가 누구인지 찾아가는 시기잖아요. 그래서 긍정적인 자아상을 만들기 위한 방향을 잡습니다. 청장년층은 가족 안에서도, 직장에서도 다양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그 스트레스 해소에 주안점을 두었어요. 스트레스 해소와 관련해서 회복 탄력성 증진을 목표로 합니다. 마지막으로 중노년은 인생을 돌아보면서 내 삶이 괜찮았다,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죽음을 수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인간의 발전 단계에서 자아 통합감을 생각해볼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습니다.

갈무리팀: 청소년기 프로그램에 심리극이 인상적입니다. 농업 활동과 행동 치료를 결합한 활동에 대한 사전 연구나 관련 사례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근우 주무관: 청소년층의 경우 자기 개방을 안 하는 편이에요. 기분이 좋아도 표현을 하지 않고 나빠도 표현하지 않아요. 그들과 소통하면서 변화를 보려면 말로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행동을 해서 관찰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어요. 그리고 그 방법 중에서 효율적인 것이 심리극이었어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시간 동안 역할을 부여하고 수행하는 것이 즐겁다고 해요. 성인들은 글을 적는 일을 좋아하고 다른 사람 앞에서 읽는 것을 좋아하는데, 청소년은 처음에는 어렵지만 친밀감이 형성이 되면 더 좋더라고요.

2019년에 청소년 대상 프로그램을 진행을 했어요. 10회기를 모집했는데요. ‘우리 애들은 2/3회도 힘들다. 무리다.’라고 말씀하셨지만, 그래도 가보자, 진행해보자고 했어요. 청소년들이 10회기를 전부 마치더라고요. 심리극과 농업을 접목했을 때 사람을 끌어들이는 것이 있구나 느꼈어요. 프로그램에서는 회기별 목표가 설정되어 있고 계획이 각기 달라요. 일례를 들면 텃발 작물중에 지주대를 세우는 당일 원예 활동으로는 지주대를 세우고 묶으면서, 심리적으로는 너희가 지켜주는 존재가 누가 있을까 물어보고 탐색하는 식이죠. 아이들에게 임상심리학에서 사용하는 치료 측면의 방법론이 개입되는 상황이 적합한 것 같더라고요. 자신에게 지지가 되었던 보호자 역할을 식물에게 해보기도 하고, 다른 사람에게 지지받고 싶었거나 지지받은 경험을 재현해서 다시 구현해봅니다.

심리학 하시는 분들이 농업과 연계해서 진행하시는 활동이 현재 많지 않잖아요. 저희도 사실 프로그램을 한 개밖에 못하고 있어요. 저는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역할이지만 심리극과 대등하게 작물을 키우는 과정에서 발견할 수 있는 핵심 요소를 이끄는 것이 좋거든요. 저희는 텃밭 교육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시작했으니까요. 원예활동과 심리극이 동떨어지지 않도록 진행하실 수 있는 강사분을 찾는 것이 어렵습니다. 심리극을 하시는 분들과 연계를 가능한 기반이 더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갈무리팀: 설계하신 프로그램 중 청장년기와 중노년기 치유 농업에서 반려 식물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혹시 이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실 수 있나요?

이근우 주무관: 반려 식물은 펫플랜트라고 표현이 되는데요. 이전에는 식물 키우기가 관상학적 가치나 공기 정화에서 중점적으로 이뤄졌는데 이젠 각박한 도시 속에서 관계에 애정을 쏟을 대상이 필요해졌어요. 식물이 동물에 비해서 손이 적게 가고, 접근하기 쉽죠. 식물을 키우면서도 애칭을 부여하고 물을 주면서 친밀하게 되고 마음에 힐링을 얻을 수 있고, 그런 개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서울시는 반려 식물 보급 사업을 해요. 1년에 천 명의 분들께 보급하고, 시민들은 반려 동물처럼 식물을 데려다 놓죠. 식물을 처음에 어떻게 기르는지, 어떻게 길러가는지, 저희가 모니터링 다니면서 상담하고 연말에 평가를 하고 있어요. 식물을 보급하는 주 대상이 독거 노인이다 보니, 동물은 혼자 놔두면 동물들도 힘들잖아요. 하지만 식물은 물 잘 주고 2~3일을 집을 비워도 물 주는 방법이 있으니 잘 키우세요.

(사진 7,8) 농업기술 센터 정원의 작물들

시민들이 시골의 정취를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요즘은 배추 모종, 대파 모종을 심고 쪽파를 심고 하거든요. 시민들이 센터를 방문하면 볼 수 있게 전시를 하고 있구요. 농업 활동을 하면서 식물을 정성으로 기르잖아요. 이 행동이 성취감이 대단하고 심리적, 정신적으로 안정감을 준다고 해요. 땀도 흘리고요. 저희가 도시 텃밭, 반려 식물과 관련해 진행하는 사업은 사회에서 소외된 분들에게 하는 것이 많아요. 딸기 수확 체험도 하고요. 평생에 잊어지지 않는 것이 세곡천에 텃밭을 하는데 미나리를 윗부분은 잘라 보관하고요. 보리싹도 기르고, 새싹 채소를 길러 먹었어요. 요즘에는 파 한단에 1200원 하더라구요. 파 가격이 내려갔어요. 겨울을 나면 겨울철 파를 먹기 위해서 수확해다가 한 켠에다가 심어놓고 자랐을 때 뽑아 먹으면 맛있잖아요. 유튜브에 파테크 비디오가 많은데요. 조회수를 늘리기 위함이 주된 목적이겠지만 본인이 직접 기르다 보면 생각이 점차 바뀌게 될 것 같아요. 식물의 성장과정을 지켜보면서 자라나는 애정과 즐거움이 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