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도시 속 전환마을 운동
(2)기후 농부와 도시 텃밭
(3)퍼머컬처와 선물 경제

(사진 1) 소란 활동가님과 갈무리팀

갈무리팀: 안녕하세요. 저희는 서울문화재단 생활을 바꾸는 예술 관련 탐색 리서치를 진행하고 있는 갈무리팀이라고 합니다. 오늘 전환마을이랑 도시 텃밭에 대한 질문으로 인터뷰를 시작하고자 해요.

갈무리팀: 소란 님은 많은 매체에서 은평 전환마을이랑 도시 텃밭에 대해 소개해주셨어요. 전환마을 운동은 68혁명에서 시작되어서 영국이나 다른 나라로도 확산되었는데요. 어떤 유토피아적 열망이 발현되기도 하고, 부족한 부분이 있다가도 수정되면서 확산되는 모습이 있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설명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소란: 네. 은평 전환마을은 국제적인 전환마을 운동의 일부이고 서울과 우리나라 최초의 전환마을입니다. 저희가 은평 전환마을이 주요하게 무엇에 대한 전환마을이냐 살펴보면, ‘생태적’ 전환마을이라는 수식어가 빠져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생태적 전환마을은 자연 경관이 수려한 시골에서만 가능한 게 아니라 도시에서도 가능해야 하고, 저는 이런 생태적 가치는 우리의 기본권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텃밭 운동을 중심으로 먹거리를 자급하는 부분이 지금의 기후 위기 문제뿐만 아니라 식량 안보 같은 여러 문제를 포함한 도시의 중요한 화두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전환마을 은평에서는 이 도시에서 먹거리를 자급하는 문제에 많이 초점을 두고 있어요.

(사진 2) 전환마을 은평 로고 (출처: 은평 전환마을 페이스북)

갈무리팀: 네, 감사합니다. 영국의 토트네스 같은 경우는 시골이고 전환마을 은평은 대도시 서울에 위치해 있잖아요. 그래서 시골과 운영이 상이할 것 같아요. 저희가 여기에 대해서 이해하려고 모심과 살림에서 진행한 인터뷰를 둘러보았는데요. 소란 님께서는 한국에서 도시가 농촌을 착취하는 구조가 굉장히 심각하고 그 때문에 도시 내부에 일상적인 농업 거점이 필요하다고 보셨습니다. 그래서 도시의 소비자가 농업을 경험하는 것이 도시와 농촌 간의 착취 구조를 바꿀 수 있는 계기라고 하셨네요. 저희가 간략히 정리하기는 했지만 의견을 한 번 더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소란: 현재 농산물은, 굉장히 고강도의 장시간 노동을 해야만 농산물이 나오는데 비해서 가격대가 낮게 형성되어 있어요. 노동량에 상응하는 임금이 거의 책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통계에서는 인구의 4%를 농민으로 보는데요. 실제로는 투기하는 가짜 농부를 빼고는 1% 가량의 농민이 전국민을 먹여살리고 있어요. 이 사실은 비율적으로도 (이치에) 맞지 않고 먹거리 자급에 있어서 굉장히 불안한 구조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자본주의를 먹여 살려야 되기 때문에 저임금의 노동자들이 장시간의 노동을 하게 하도록 먹거리 가격대를 아주 낮게 책정하고 있어요. 그리고 농민에게 보상하지 않는 체계가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는 이런 구조로 자본주의가 유지되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이 자본주의를 계속해서 유지하는 방식에서 그린뉴딜에서 얘기되고 있는 산업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이런 이야기들도 있어요. 저는 산업의 전환을 포함해서 생존권 문제와 관련해서도 도시는 굉장히 취약하고 위험한 구조에 놓여 있다고 생각해요.

먹거리가 기후 위기 같은 여러 문제와 연관되어 있는데, 사실 도시 빈민들이나 노동자들은 대부분 땅을 소유하고 있지 않거나 먹거리를 직접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없어요. 선택지가 슈퍼마켓 가판대에 있는 싼 먹거리뿐이 없는 상황이죠. 이를 포함해서 취약한 구조에 놓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노동을 하면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착각 속에서 대부분 살고 있죠.

사실상 먹거리의 질이 너무나도 떨어지기 때문에 사람들이 아프다든지 하는 여러 가지 문제가 계속 양산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도시 노동자들도 좋은 먹거리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하고, 지역에 있는 농민들도 좋은 먹거리를 공급할 수 있어야 해요. 그러나 이 중간에는 노예처럼 서로를 착취하는 구조가 물밑에 있어요. 그러다 보니 좋은 먹거리가 생산되지 않고. 그걸 생산하는 사람들의 노동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게 되죠. 또 도시 노동자들은 자신이 자본주의에 복무해야 되고 먹고살아야 되니까, 질이 안 좋은 먹거리를 먹으면서 이중 착취 구조로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 사이에서 땅이 또 한 번 착취를 당하게 되는 거죠.

갈무리팀: 소란 님은 한국의 전환마을과 영국의 전환마을 둘 다 경험하셨잖아요. 어떤 공통점 혹은 차이점이 있을까요? 한국에서 이런 착취 구조를 바꾸겠다는 취지가 잘 실현되고 있나요?

소란: 실제로 구조 안에서는 그 구조를 바꿀 수가 없어요. 해외의 전환마을은 실제로 자본주의의 구조에서 빠져나와서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고, 그 공동체가 마을이라는 구조 속에서 굉장히 독립적으로 의식주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선택의 전환을 했어요. 그런데 한국 사회에서는 끊임없이 농촌과 도시 아니면 생산자와 소비자로 대립되는 구조 안에서, 자본주의 체제가 공고한 상태에서 이 불합리성을 얘기해야 하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해요.

이런 문제에 균열을 내기 위해서는 독자적인 구조의 패러다임이 필요한데 저는 전환마을이 그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사회에서도 구조에 균열을 내기 위한 독자적인 마을 공동체, 그리고 지역에서 자립하거나 스스로 돌볼 수 있는 구조 만들기를 계속 꾀하고 있는 거죠.

(사진 3) 영국 토트네스 전환마을 (출처: 은평 전환마을 페이스북)

그래서 이게 조금 어려웠어요. 특히 한국은 민족국가고 굉장히 작은 나라여서 한두 번만 건너도 다 아는 사람일 정도로 작은 구조예요. 이 안에서 독자적인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독립체를 구성하자는 이야기가 모호하게 들릴 수 있겠는데요. 아무래도 유럽에서는 개인주의나 68혁명이라는 문화혁명 같은 것들을 경험하면서 이런 새로운 고민이라든지 새로운 공동체가 가능하다는 것을 한 번씩 경험했어요. 반면 한국 사회는 여전히 그런 부분을 좀 어려워하는 것 같아요.

특히 저는 마을이라는 말을 쓰면서 운동을 하는 사람으로서 마을 자체가 갖고 있는 어감이나 느낌이 아직 한국 사회에서는 친밀함을 주고, 감정에 호소하는 느낌으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아요. 마을이란 어휘가 지금의 체계를 바꾸는 하나의 새로운 구조이자 틀이라는 생각을 못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 지점이 어렵다는 이런 생각이 좀 듭니다.

갈무리팀: 다음은 도시 문제에 대해서 한번 여쭤보고 싶은데요. 한국의 젠트리피케이션, 재개발 투기 상황과 관련해서 땅이 다시금 이렇게 잘못된 방식으로 호출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소란 님은 한국에서 도시의 농지나 땅을 사용하는 방식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고 계신지 궁금해요.

소란: 실제로 해외의 도시농업에서도 먹거리 가격대가 워낙에 낮게 잡혀 있기 때문에, 경제성을 담보하기에는 도시의 땅에서 농사를 짓는 것 자체가 굉장히 비경제적이에요. 이 문제는 해외에서는 왜 도시 농업이 발달했는가 보면 실제로 그 땅의 소유자가 누구냐에 따라서 달라집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공유지 자체가 없어요. 공유지가 있어야 생태적으로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면서 여가라든지, 농업이라든지 하고 싶은 행동을 확장할 수 있습니다. 지금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관료제가 부패하면서 공유지를 팔고 사유화시키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거예요. 여기에서 소외된 사람들이 생기죠. 원래 집을 사려고 하는 사람도 땅값이 높아져서 못 사는 것을 막론하고 삶의 터인 도시에서 자연 환경이나 생태적인 요소가 없어지면 생존권과 결부되는 문제가 발생하거든요.

지금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계속해서 투기 세력한테 압박을 받으며 원래 국가가 더 확보해야 되는, 시민에게 공유해야 할 자연 환경과 같은 부분이 팔려나가고 있는 거죠. 땅을 사유화하는 과정에서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여가나 삶을 누릴 공간을 포기하게 되는 거예요. 하지만 이런 상황은 드러나지 않고 마치 집값을 못 잡아서 문제가 일어나고, 혹은 개인이 돈을 많이 벌면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얘기를 하죠. 실제로는 국가가 이 부분을 방기하고 있어요. 생태적인 공간을 지키고 도시에서 이렇게 많은 거주민들이 자연을 접하는 기본권을 누릴 수 없는 게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다른 도시와 한국을 비교해 봤을 때 공유지가 없는 게 가장 크다고 한 번 더 말씀드리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