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도시 속 전환마을 운동
(2)기후 농부와 도시 텃밭
(3)퍼머컬처와 선물 경제

갈무리팀: 그러면 제가 다음 질문을 드리며 일상성에 대해서 조금 더 말씀 드릴게요. 저희 프로젝트 기획에서 가장 중요한 게 매몰된 일상을 어떻게 찾느냐였어요. 소란 님께서도 매체 인터뷰에서 한국의 거대한 여러 운동에 계시다가 어떤 어려움을 느끼시고 일상을 바꾸는 것의 중요성을 깨달으셨다고 말씀해 주셨는데요. 거대 담론에서 빠져나와서 다시 일상을 접한다는 부분에 대해 의견이 있으신가요?

소란: 일상은 그냥 사는 건데, 자꾸 일상을 뭘 한 다음으로 미루게 되는 경향이 있잖아요. 돈을 많이 번 다음에, 집을 산 다음에, 내가 성공한 다음에. 이런 것들이 있는데, 이런 신화들로 사람들을 착취하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일상을 미루지 않고 살 수 있는 체계는 사실 욕망 기제를 어떻게 컨트롤하는가에 따라서 달라진다고 생각해요. 지금 계속 욕망들이 정말 희소성이 있는 것을 소유하거나, 이런 행동을 하는 사람을 굉장히 성공한 사람으로 비춰 주기 때문에요. 저는 사람들이 일상 생활을 포기하더라도 무언가를 가지려고 하다 보니 기후 위기도 더 심해졌다고 생각하거든요.

좀 더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볼 때 저는 일상성이 담보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자꾸 자신이 좋아하는 부분을 찾는 과정에서 마치 돈을 많이 써야 하는 것처럼 생각할 때가 많은 환경인 것 같아요. 그런 소비적 욕망 말고 그냥 좀 자신의 감정을 더 느낄 수 있거나, 그런 행위를 찾아가는 쪽으로 자기의 시간을 배치하도록 해야죠. 근데 그게 안 되는 이유는 모두가 스파르타로 열심히 하다 보니, 행복도 그만큼 빠르게 성취해야 되는 거죠.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소비하는 욕망으로 큰 행복이나 기쁨을 느끼지 않거든요.

저는 여유가 있으면 작은 데에서 행복할 수 있는 기준이 점점 많아진다고 생각합니다. 자본주의가 계속 욕망을 부채질하면서 더 가져라, 더 행복하려면. 그렇게 얘기하는데, 이것을 놓는 연습이 지금 저는 기후 위기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어찌 보면은 되게 일상적으로 TV만 틀어도 뭘 가져야 되고, 뭐가 부족하다 얘기하는 세상에서 좀 덜 가지려고 하는 것, 큰 것에 집착하는 것을 안 하려고 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까 삶이 되게 간편해지기도 하고, 짜잘해진 것 같기도 하고, 그냥 좋아하는 것 중심으로 따라다니고 있는 것 같아요.

갈무리팀: 저번 인터뷰를 저희가 쭉 보니까 이제 소란 님께서 ‘개인의 내적 독립 없이는 공동체도 없다’라고 잘 짚어주셨어요. 돈에 매몰되거나 타인과 나를 비교하고 평가하는 사회에서, 어떻게 욕망을 줄이고, 자신의 속도를 찾고, 마음을 수련할 수 있는지 여기에 대해서 내적 전환 프로그램이 있다고 들었는데요. 구체적인 내용을 들을 수 있을까요?

소란: 네. 전세계적으로 영적인 부분과 관련해서는 종교가 전문이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이제 종교 안에서는 그런 프로그램들이 굉장히 많더라고요.

특히 이 전환마을 그룹에서는 그런 것들을 이제 총망라해서 대중들의 마음을 풀어주는 매뉴얼이 있습니다. 어찌 보면 굉장히 종교적일 수 있다고도 보는데요. 이제 핵심은 생태적인 교감이라든지, 인간이 본연에 갖고 있던 자연과의 관계라든지, 사람과 사람 사이에 감사함이라든지, 이런 부분들을 드러내주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엄청난 기술이 있거나 그런 거는 아닌데, 이제 같이 이야기를 하는 거죠. 저희가 약간 종교와 다른 것은, 제가 종교를 비판하는 게 아니지만요. 종교의 방향이 굉장히 기복적이고, 정신을 팔아서 물질을 산다거나 이런 구조를 따라가고 있는 게 있어요. 하지만 실제로 이제 마을 운동에서 새로운 세계의 비전을 가지고 하는 경우에는 조금 다르게 되는 거죠. 마을에서는 가치 중심으로 상상하는 거니까 그것이 좀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모든 종교나 어떤 새로운 조직이라든지 뭘 얘기를 할 때는 항상 비전을 공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그 비전의 중심이 자꾸 뭔가 거대한 담론이라든지. 아니면. 무슨 명망가를 따라한다든지 아니면 무슨 아주 거대한 가치를 우리가 만들어야 될 것처럼 하죠. 마을 운동에서는 이런 구조가 아니라, 굉장히 개인의 욕망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비전을 수립합니다. 말하자면 2030년이나 2040년의 행복한 날을 중심으로 오늘의 날을 이제 구성해요. 우리에겐 항상 기후 위기가 화두인데요. 2030년은 사실 과학자들이 이야기하는 걸로 보면 굉장히 암울하잖아요? 해수면이 높아져서, 홍수가 잦아지고 여러 재앙이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뭘 한다 상상하는 게 아니에요. 항상 2030년의 행복한 날을 상정합니다. 내가 속한 공동체를 포함해서 그 안에서 내가 어떤 상태일 때 행복한지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해요.

그래서 저 같은 경우는 2030년에 4시간만 일하고 정원에서 하루 종일 먹고 논다. 이게 가장 행복한 저의 비전이거든요. 이런 걸 중심으로 할 때 지금 현재의 나는 어떠해야 하는가. 현재 우리 공동체는 어떠해야 되는가. 우리 지자체는, 국가는 어떠해야 되는가. 이런 식으로 거꾸로 비저닝을 하는 거죠. 실제로 이런 비전을 통해서 그 어떤 비전에서 내가 소외되는 게 아니라 그 비전에 나의 행복함을 반영할 수 있는 현재들을 만들어 가는 거예요.

이런 과정을 통해서 좀 더 뭔가 비전과 같은 것에서 항상 분리되어 있는 내 개인의 행복을 끝까지. 같이 찾아보자고 하는 거죠. 그래서 전환마을에서 이야기할 때는 항상 좀 더 나를 기준으로 하는 비전, 그리고 나와 관계 맺고 있거나 접촉되어 있는 이런 관계들을 좀 더 바라보고 구성될 수 있도록 합니다. 저는 이런 것들이 내적 전환의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가끔 이제 종교라든지 큰 비전이 있는 데 가면 뭔가 엄청나게 아름다운 세상은 있지만 그 안에서 도대체 나는 뭘 해야 되는지, 나는 뭔지, 이런 걸 모를 때가 되게 많아서요. 그런 걸 중심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갈무리팀: 다음으로 밥.풀.꽃. 식당에 대해서 질문을 드리려고 하는데요 최근에 협업 프로젝트로 유미 님과 함께 아랍, 난민, 여성을 다루고 계세요. 그 과정에서 워크숍에서 후무스 만들기처럼, 지역 먹거리를 중심으로 다른 지역의 문화를 읽는 장을 마련하고 계신 것 같아요. 이 프로젝트를 소개하시면서 아주 다른 문화를 읽는 어려움에 대해서 터놓고 이야기를 하시면서 진행을 했다는 게 굉장히 인상적이었는데요. 진행 과정에서 어떤 종류의 경험을 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사진 6,7) 밥.풀.꽃. 식당 전경과 로고 (출처: 밥.풀.꽃. 페이스북)

소란: 지금 여러 가지 돌아가는 일들, 저희가 하고 있는 일이 돌봄과 살림에서 시작해서 어찌 보면 굉장히 다양성과 연관이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일상 속에서 보지 못하는 가려진 일들이 실제로는 많은 일들의 중요한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말하자면, 핸드폰을 한국 사람들이 많이 사는데 이 액정을 만들기 위해서 콩고 같은 나라에 내전이 발생하고 이런 것들을 우리는 모른단 말이죠. 그런데 특히 거기서 가장 약자들은 여성이에요.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억압받고 있는지, 그리고 또 그들이 난민이 돼서 한국 사회에 들어왔는데 그들만 알고 있는 그런 어려움이 있을 텐데, 저희는 이런 것들을 모르는 거죠. 그래서 모든 문제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이 일어난다고 생각하는데요. 보이지 않는 것들을 드러내고 이해하려 노력할 때 많은 문제들이 해결된다고 생각해요. 지금 저는 자본주의 사회가 사실은 어렴풋이 있는데 안 보려고 하거든요. 그래서 그런 것들을 보이게 하는 일이 살림과 돌봄의 기초인데. 사람들이 안 하려고 하는 거죠. 그래서 저는 그런 분들을 좀 많이 보았으면 좋겠고 또 저도 잘 모르는 이야기들이 드러나면 드러날수록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살아야 되겠구나, 이런 걸 좀 더 알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서.

전환마을은 사실 또 생산하는 사람, 돌보는 사람, 소비하는 사람이 분리된 게 아니라 모든 사람이 그 일을 기본적으로 그냥 다 하거든요. 그러기 위해 좀 더 돌봄과 살림 같은, 일상적으로 내재화돼 있어야 되는 게 보이지 않을 때 그 부분에 대한 오해가 더 커지면서 배제되지 않도록 드러내기 연습을 스스로 하고 있다, 저는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갈무리팀: 네. 다음으로 저희 이번 연구 주제가 파 키우기예요. 파 가격이 급등하고 사람들이 이제 파 뿌리를 조금씩 잘라서 키우게 되는 이 현상을 소위 테크라고 하는 경제 용어를 붙여서 아니면 코인이라는 단어를 붙여서 하고 있는데요. 여기에 대해서는 저희가 양가적인 입장이기는 해요. 자급자족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는 것에 대해서 다행이라는 마음도 있는데요. 한편으로는 이게 테크, 코인이라고 하면서 다시 또 경쟁이 되고 인스타그램에 계속 올라가는 식의 문화가 되는 모습이 의아하거든요. 그래서 이 파테크에 대해서 어떠한 의견을 가지시는지 좀 궁금합니다.

소란: 뒤에 테크가 붙어서 좀 그렇지만요. 저희는 파테크를 사실 선물 경제 형태로 활용해본 적이 있어요. 이름은 이래도 돈과 굉장히 분리되어 있는 사람들일 수도 있거든요. 저희가 파를 많이 길렀는데 파가 너무 많이 나왔어요. 그래서 집에서 우유갑이나 테이크아웃 잔, 버려진 것들을 가지고 오시면 파를 심어드리는 식으로 약간 선물 경제 시스템과 연관해서 프로그램을 하고 있어요. 어쨌든 사람은 필요한 걸 줄 때 기분이 좋잖아요. 그래서 파가 되게 비싸다고 하니까 우리는 파를 가지고 있으니까 줄 수 있다. 그리고 또 그 개인은 그걸 받아가서 내가 길러보는 경험을 갖게 되죠. 기른 파를 라면에라도 넣어 먹어보면서 기쁨을 느끼겠죠? 어쨌든 그런 생산자로서의 경험을 가지는 일이 저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이런 것들이 선물 경제의 일환이라고 생각해요. 자연은 우리에게 먹거리를 그냥 주고 있잖아요. 항상 돈으로 사는 것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이름은 파테크지만 나눔과 선물 경제를 경험하게 만드는 좋은 기회가 되리라는 생각이 들어요.

(사진 8) 은평 선물 경제 프로젝트 포스터 발췌본 (출처: 은평 전환마을 페이스북)

갈무리팀: 다음으로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서 소란 님 개인이나 전환마을, 식당 운영이 지금 어떻게 바뀌고 있나요?

소란: 이제 모이지 말라고 하니까 참 힘들고요. 저희가 식당을 하는데 모여서 밥 먹지 말라고 해서 참 힘듭니다. 그런데 너무 다행인 거는 저희는 농장을 하니까 실내에서 못 모이지만 야외에서 모이게 되죠. 이건 정말 코로나가 우리한테 크게 복을 줬구나, 많이 느껴요. 농사 지으면서 숨을 쉴 수 있는 이 공간에 사람들이 모일 때 이 행복감이 굉장히 크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래서 아마 코로나 상황이 아니었으면 우리가 이렇게 크게 행복해하지 않았을 거고 행복한 사람들이라는 걸 몰랐을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기도 하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는 농작물을 많이 생산하는데, 생산을 하면 그걸 같이 먹어야 행복한데, 그런 행동을 잘 못하는 게 조금 아쉽긴 합니다.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농작물을 누군가에게 줄 수 있을까 좀 더 많이 고민하게 된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까 이제는 저희가 음식을 해서 찾아가는 형태로 이제 도시락 사업을 하는 식으로 바뀌었어요.

이전에는 코로나를 겪으면서 저희는 채식 식당으로 광고를 하긴 했는데요. 많은 사람들이 집에서 혼자 굉장히 고립되어 있구나를 느끼게 됐어요. 그래서 도시락을 가져다 드려요. 받는 분들의 상태나 또 오늘 드신 먹거리는 자기 몸에 맞지 않을 때 바꿔주는 식으로 되게 긴밀하게 서로 먹거리를 챙기는 도시락 사업을 하게 됐거든요. 그래서 일주일에 두 번 방문해서 도시락을 드리고 지난 도시락 통을 받아오는 형태를 하면서 접촉면을 늘리는 도시락 배달을 해요.

그 과정에서 많은 분들하고 대화를 직접 하게 된 거죠. 그리고 일반적인 관행농으로 길렀던 먹거리를 드셨던 분들이 이렇게 유기농 먹거리를 장기적으로 먹으면서 몸의 변화가 느껴지고 이런 것들을 저희도 직접 들을 수 있어서 굉장히 기뻐요. 특히 취약계층에서는 이런 먹거리 접근성이 없는데 이런 활동을 할 수 있어서 되게 좋았어요. 더 좋은 부분은 우리가 처음 도시락 배달할 때 저희 밥이 조미료가 안 들어가서 사람들이 되게 싫어했는데요. 시간이 지나면서 이게 좋다고 느끼시는 분들이 많아졌어요. 그래서 저희가 도시락 2호점도 곧 내게 됐어요. 그래서 저희는 어찌 보면은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손님과의 관계를 전환하고, 조금 더 긴밀하게 만드는 계기로 삼았던 것 같아요.

(사진 9) 도시락 배달 프로젝트 (출처: 밥.풀.꽃. 페이스북)

갈무리팀: 그럼 마무리로 더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을까요.

소란: 파테크 너무 재밌어요. 저희 내일도 선물 경제로 파 나눠드리는 프로그램을 하거든요. 실제로 파가 1년에 두 번 자라고 월동도 해요. 그래서 이게 뼈가 굉장히 좋은 것 같아요. 저희는 사실 1% 자급 운동이란 걸 하거든요. 모든 사람이 소비자가 아니라 생산자가 될 수 있다. 이런 것이 사실 이 시스템을 교란시킬 수 있다. 이렇게 보고 있는데 파와 관련된 것들이 생산자가 되기에 좋다는 생각이 들어요. 파를 기르면 생각보다 많이 나오기 때문에 나눔을 하거나, 저장을 한다든지 이런 활동에도 되게 좋은 것 같아요. 저희도 여러 가지 품목을 이렇게 1% 자급하기를 하는데 파가 좋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른 분들은 어떻게 파를 나누고 생산하시는지 궁금했거든요. 그래서 이 소식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