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지

날짜 7월 28일 날씨 🌥
주제: 토끼와 여우
한국 가기 전 엄마에게 잔소리가 듣기 싫어서 운동과 다이어트를 열심히 한다. 항상 달리는 코스는 슈프레강 근처와 티어가르텐. 슈프레강은 베를린을 가로지르는 큰 강이고, 티어가르텐은 베를린 중심과 서쪽에 놓인 공원이다.
달리기 하다가 유일하게 멈춰서 할 수 있는 게 바로 토끼 사진 찍기이다. 항상 내가 달리는 시간인 8시부터 해가 조금 기울기 시작하면 토끼들이 뛰어 나온다. 덕분에 티어가르텐의 흙바닥은 구덩이 투성이다.
그래서 항상 의문이 든다. 토끼는 수학 수열 문제의 단골로 나오는 캐릭터이다. 복리 문제와 더불어 얼마 안가서 몇배로 불어있는 토끼들은 귀엽지만 동시에 생태계의 교란종으로도 많이 묘사된다. 오늘은 이 토끼의 개체수를 조절하는 여우가 갑자기 튀어나왔다. 사람을 많이 봤는지 나를 봐도 겁나하지 않는다. 먹고 있던 새고기 혹은 토끼고기를 잠시 내려놓는다. 동영상을 찍으니 저만큼 유유히 걸어간다.
영물인가? 그러기엔 시내에 여우와 토끼가 뛰어논다는 것은 참 감사한 일이라 생각이 든다. 촘촘히 수목이 엉켜야지만 가능한 동물들의 생활환경이었을 것이다. 동시에 이 생명체는 인간의 생활 영역도 마구 오가면서 도시 생활을 영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