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지

날짜 9월 05일~12일 날씨 🌥
주제: 여행 후 망가진 깻잎과 수세미
9월 5일 베를린에 다시 돌아왔다. 축축한 기후에서 벗어났다는 것에 안도감을 느낀다. 시원하다 맑다. 어떻게 온도와 습도와 날씨가 인간의 마음을 자극하는 것일까.

9월 6일 집을 방문했던 친구는 식물들이 괜찮다고 했지만 실은 그렇지 않았다. 수세미는 처참히 죽어있었다. 남편의 소원이었던 크리스마스에 친구들에게 수세미 나눠주기는 실패이다. 수세미는 물이 많이 필요한 것이었다. 깻잎은 커져있었다. 하지만 응애의 습격을 받아서 잎이 먹혀들어가고 있었다. 흙에는 하얀 곰팡이가 보이는 것 같았다. 나는 더 이상 깻잎을 건드리지 않을 것이다. 아마 이대로 꽃을 피우기를 더 이상 죽지 않기를 바라야겠다. 여행에서 돌아왔으니 자동 급수 시스템을 치웠다. 물을 주는 관이 흙에서 뽑히지 않았다. 열심히 힘을 주어 뽑으니 두꺼운 섬유질이 급수관 모양대로 있었다. 처음에는 급수관의 일부가 나온 것인줄 알았다. 하지만 깻잎이 물을 먹고 싶어서 잔뿌리를 급수관에 감쌌던 것 같다. 너희들이 밥을 이렇게 먹고 있었구나 싶어서 뭔가 짠한 마음이 들었다. 응애는 신기하다 거미의 일종인데 내가 생각하는 것과 달리 실을 촘촘하게 짠다. 갈색의 작은 별이 마구 움직이는 것 같은 모습이다. 깻잎은 하얀 거미줄 막으로 뒤덮인채 갈색이 되어간다.

9월 8일 베를린의 햇볓은 너무 아름답다. 따스한 티를 먹기에는 좀 더운가 싶지만 그러기엔 바람은 시원하다.

9월 12일 잎들은 완전히 죽어나갔다. 안타깝지만 몇몇 줄기를 자르기로 결정했다. 다른 깻잎 줄기에 영향을 크게 줄것 같았다. 수세미는 그나마 살리려고 노력했지만 줄기를 자른 이후 더욱 가망성이 없어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