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워지고 하얗게
일지
날짜 | 9월 18일~29일 | 날씨 | 🌥 |
주제: 차가워지고 하얗게 | |||
9월 18일 땅이 차갑고 습한 것 같다. 집 앞에 버섯이 폈다. 길 위에 불쑥 올라와있어서 누가 버섯을 흘렸나 싶었는데 버섯은 돌과 돌사잉 이끼에 잘 붙어있었다. 신기한 경험.
9월 19일 어느새 꽃대가 올라온다. 하나 둘 뾰족뾰족하다. 그리고 그 사이로 하얀 꽃잎이 있다. 가까이서 보면 마치 여러 종이 달린 악기같다. 하지만 멀리서 보면 날카롭기 그지없다. 9월 20일 흐리고 또 흐리다. 춥다는 느낌이 든다. 9월 23일 추석 연휴다. 잎은 점점 그슬려 가고 꽃들은 더욱 만개한다. 9월 26일 딜리셔스 코리안 위크에 나가보았다. 파독 간호사 어르신들이 깻잎을 묶어서 팔고 계셨다. 얼핏 보면 마치 만원 권이 묶인 것 같아 귀엽다. 그 옆에서는 부추와 깻잎을 넣어서 전을 부쳐주셨다. 5유로에 한 장인데 아는 사람이라고 무려 2장 반을 받았다. 나중엔 깻잎과 부추를 한 묶음 나누어 주셨는데 나도 그자리에서 바로 한국 친구들에게 나누었다. 깻잎과 부추는 일종의 상품이자, 덤이며, 선물이 되는 한국인에게 묘한 식물이다. 9월 29일 베를린은 폭풍이 친다. 번개가 바로 집 앞에 떨어지는 게 심상치가 않다. 천둥이 곧바로 이어지면서 오늘 나갈 수 있을지가 회의가 든다. 하지만 몇시간 지나지 않아서 다시 또 비는 멈추고 해가 뜬다. 변덕도 이런 변덕이 없다. 10월 3일 자유대에서 강연을 듣는다. 해가 있다고 야외에서 진행한다. 당연히 실내에서는 마스크를 쓰는 게 답답할 것이다. 그래도 두꺼운 코트가 필수다. 손을 떨어가면서 필기를 하고 강연을 듣지만, 추운 날씨에 집중은 더디다. 물론 강연 퀄도 좋지 않았다. 10월 4일 베를린의 날씨는 다시 베를린 다워졌다. 춥고 스산하며, 하늘의 색은 하얀색이다. 하얀색. 모든 하늘이 구름에 덮여서 푸르름이 다 사라진다. 우울함이 치솟는 이 날씨는 한국의 기후와 또 다르다. 왜 독일에서 철학자들이 활동했는지 알 것 같다. |